[Trans] Fomos feature on IMNesTea

언제나 그를 따라 다니던 것은 '예비역 프로게이머'라는 수식어였다. 남들과 달리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프로게이머로 데뷔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았기 때문에 생겨버린 별명이었다. 분명히, 가능성은 있었다. 나이는 조금 많았지만 타고난 게임 센스와 성실함은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프로리그에서 팀플전에만 전담으로 출전하는 저그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프로리그에서 팀플전이 사라지면서 그 역시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이상, 임재덕(IM)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시절 이야기다.

2006년, KTF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임재덕의 공식전 성적은 2승 11패다. 2009년 5월 14일 2009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시즌1 10조 패자전에서 이재호(MBC게임)에게 패배한 것이 가장 최근의 기록이다. 그래도 임재덕은 팀플전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했다. 지금은 찾기도 힘든 그의 프로리그 팀플전 성적은 27승 21패, 박정석(KT)과는 24승 15패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임재덕은 그런 선수였다. 가능성은 있었지만 나이가 많았고, 팀플전이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져간 많은 저그 프로게이머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더 이상 이 같은 과거의 이야기는 소주 한잔을 털어 넣고,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일 뿐이다. 스타크래프트2를 통해 프로게이머의 세계로 돌아온 임재덕은 이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과일장수' 김원기(TSL)와 함께 저그 진영을 이끌고 있는 소니에릭슨 스타크래프트2 오픈 시즌2 우승자 임재덕을 만나봤다.

▶ 소니에릭슨 스타크래프트2 오픈 시즌2 우승자, '네스티' 임재덕!

알게 모르게, 소리 없이 KT의 코치직을 그만 둔 임재덕은 TG삼보-인텔 스타크래프트2 오픈 시즌1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올랐다. 그렇게 그의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생활이 시작됐다. 시즌1 64강 탈락 이후 특유의 승부욕이 불타오른 임재덕은 보란 듯이 소니에릭슨 스타크래프트2 오픈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임재덕은 어엿한 우승자다. 무려 1억원의 상금을 차지한 명실상부한 스타크래프트2의 슈퍼스타 중 하나가 된 것이다.

- 시즌2 우승 이후에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요.
▲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우승을 하면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바로 대회가 있다 보니까 연습이 굉장히 부족한 상태에요. 연습을 많이 못해서 성적이 안 나올까 봐 걱정이 돼요.

- 우승 전후에 달라진 것 들이 있나요?
▲ 숙소에서도 게임을 하고 PC방에서도 게임을 하는 편이에요. PC방에서 게임을 하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PC방에서 게임을 하면 팬이라고 하면서 음료수를 주기도 해요. 집에서도 코치를 그만 둔 뒤 반대가 심했고, 설득을 시키느라 힘들었어요. 좋은 성적을 내면 걱정을 안하고 밀어주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지금은 누구보다 많이 도와주세요.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오래 전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는데, 우승을 정말 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 아마추어 때는 우승도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그러면서 프로에 입단을 하고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었죠. 하지만 팀에 들어와보니 팀플전을 하라는 거에요. 처음에는 거절을 했는데 할 사람이 없으니 계속 설득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는데, 그 이후에 계약 문제도 있고, 나이도 있고, 그래서 개인전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연봉을 벌려고 온 것이 아니라 우승을 하고 싶어서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결심했었어요. 하지만 개인전 연습을 할 시간이 없었고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어요.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은 우승이었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코치로 넘어가게 되고, 게이머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었어요.

고생,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스타크래프트2를 처음 접했을 때는 게이머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죠. (오)상택(현 화승 코치, TG삼보-인텔 스타크래프트2 오픈 시즌1 본선 진출자이기도 함)이 형이 놀러 왔었는데 그 형을 이기기 위해서 열심히 했고, 그러다 보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을 하게 됐죠. 아, 우승에 대한 이야기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답이 길어졌네요(웃음). 10년 간의 한을 풀어버리는 우승이었어요. 그래서 한 번으로는 만족을 못하겠어요. 10년의 설움이잖아요. 한 번에 풀리지는 않죠.

-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 지금은 그래요.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할 줄 아는 것이 게임 밖에 없어요. 옆에서 강동훈 감독이 계속 하라고 설득을 하더라고요. 감독님의 도움이 굉장히 많았죠. 내 인생을 바꿔준 게임이 스타크래프트2에요. 일단 바꾸기는 했어요(웃음). 스타크래프트 때는 내 운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따라주는 것 같아요. 제 1의 전성기가 온 것 같아요.

▶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임재덕의 과거, 팀플 저그의 설움.

임재덕은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다. 팀플전에서 제 몫을 했다고는 하지만 개인전에 나서는 선수들에 비해 관심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결국 슈퍼스타는 개인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었고, 이들에 비해 임재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임재덕의 '과거', '팀플 저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 20살, 21살 때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군대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마추어 대회에 다니면서 실력을 계속 쌓았죠. 그 당시 활동하던 유명 선수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쳐주고 그랬어요. 그런데 친하게 지낸 한 선수가 어느 순간 우승을 하더라고요. 저 선수가 우승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내 재능을 시험해보고 싶었고, 게임을 정말 좋아했어요. 프로게이머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 군대를 상당히 빨리 다녀왔는데.
▲ 방위산업체를 갔어요. 21살에 갔다가 23살에 의무를 마쳤죠. 회사에서 조금 더 나와서 일을 해달라고 해서 일은 계속 했는데 24살 때 그만두고 게임을 시작했죠. 그 당시에는 아마추어 대회가 정말 많았어요. 프로를 하지 않아도 수입이 상당했기 때문에 욕심은 크지 않았죠. 하지만 1년 동안 하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아마추어를 휩쓸었으니 프로도 휩쓸어보자는 도전 의식이 있었죠(웃음).

- KTF에 입단하게 됐는데, 굉장히 기뻤을 것 같다.
▲ 그 전에도 굉장히 많은 팀에서 제의가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SK텔레콤이나 KTF 같은 큰 팀에 가고 싶었어요. KTF는 아는 동생의 소개로 테스트를 받게 됐는데 명문 구단에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좋았고 흥분됐죠. 팀 내에서 랭킹전을 해도 굉장히 상위권이었어요. 당시 KTF에는 유명한 선수들도 많았는데 성적이 좋았죠. 나도 이제 잘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팀플전 이야기가 나왔죠. 그 때 끝까지 안 한다고 했어야 했는데… 약간은 후회가 돼요.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좋은 경험이었어요.

- 그래도 팀플전에서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뒀던 것으로 기억해요.
▲ 성적은 어느 정도 나왔던 것 같아요. 프로게임단에 속해있는 팀원이기 때문에 팀에서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싫어도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이니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팀 성적 또한 저조해서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 팀플전이 3세트인데, 우리만 이기고 팀이 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팀 성적이 잘 나와야 나도 보람이 있을 텐데 굉장히 엇박자였어요. 개인전이 못하면 우리가 이기고, 우리가 지면 개인전이 이기고 그랬죠(웃음). 팀플전만 잘한다고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기왕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팀 성적까지 안 나오니까 힘든 점들이 많았죠. 처우에 대한 것도 약간 불만이 있었죠. (박)성훈이나 (이)창훈이랑 친분이 있는데 어느 정도 차이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 더구나, KTF는 '스타 군단'이었잖아요. 상대적으로 느끼는 소외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 굉장히 힘들었죠. 같은 저그 선수들 중에는 (조)용호나 (홍)진호의 인기가 정말 대단했죠. 내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봐주지도 않았죠. 이 선수들을 능가해야 하는데 팀플전으로 한계가 있었죠. 그 한계를 깨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요.

- 팀플전이 사라지면서, 프로게이머 생활도 접게 됐죠?
▲ 그렇죠. 팀플전이 사라진다고 하니까 굉장히 막막하더라고요. 개인전을 한 적이 거의 없더라고요. 예선을 나가는데 맵이 뭔지도 모르고 나간 적도 있을 정도에요. 팀플전 저그들은 하루 종일 반복 연습 밖에 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개인전 감각이 매우 떨어져요. 다른 유닛들을 사용할 기회가 없는 것이 팀플전이죠. 극복을 해보려고 했는데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모든 팀플전 저그들이 나랑 같은 것을 겪었을 것 같아요. 개인전을 접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감이 많이 떨어져요. 김윤환 선수 같은 경우는 개인전과 팀플전을 병행했으니 지금의 위치가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는 개인전과 함께 했었어요. 하지만 하다 보니 팀플전만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역시 김윤환 선수는 대단한 것 같아요.

- KT에서 코치 업무를 맡기도 했었죠?
▲ 재계약 시즌에 감독님이 코치직을 제안하셨어요. 선수 생활도 오래했고 코치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수락하게 됐죠. 개인전 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에서 나이도 있고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됐죠. 하지만 하다 보니 나와 맞지가 않더라고요. 코치가 선수들을 챙겨야 하는 것 외에도 하는 일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코치 하는 일이 뭐 있어?'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할 일은 정말 많아요. 그렇게 일도 힘든데, 나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을 하니 더 힘들더라고요. 나는 내가 게임을 하고 싶어서 프로게임단에 들어온 것이었는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솔직히 저그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죠.

▶ 스타크래프트2를 만난 임재덕, 'ZergBong'이 'NesTea'로 진화하다.

'지금의 임재덕을 만든 것은 오상택과 김원기?'

팀을 위해 팀플전으로 희생했지만 그의 피에는 '승부사 기질'이 흐르고 있었다. 결국 임재덕을 스타크래프트2로 이끈 것은 그 '승부욕' 때문이었다. 경기를 치를 때는 표정 변화도 없고, 평소에도 온화하고 쉽사리 흥분하지 않는 임재덕이지만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속으로 느끼는 '분함'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한다. 본능과도 같은 '승부사 기질'을 이겨내지 못한 임재덕은 '본능적으로'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했고, 'NesTea'라는 아이디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 스타크래프트2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 전부터 베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게임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나이도 있고 그래서 그만 두려고 했죠. 제가 승부욕이 굉장히 강해요. 누구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는데 (오)상택이 형을 이기려고 시작했죠. 처음에는 특별한 느낌을 받지 않았어요. 이렇게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할 정도로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 IM의 강동훈 감독이 끈질기게 설득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 일단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오상택 코치 덕분이죠. 예전에 스타1에서는 저그였는데 스타2에서는 프로토스를 하더라고요. 언젠가 만났는데 스타2를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무참하게 패배했죠. 와, 그렇게 질 줄 몰랐어요.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1주일 뒤 보자고 하고 PC방에서 죽어라 게임을 했어요. 그런데 또 졌어요. 안되겠다 싶어서 1주일을 더 연습을 하고 재도전 한 끝에 이겼어요.

그리고 예전부터 (김)원기랑 친했는데 스타크래프트2에서 굉장히 유명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원기를 이겨보자는 목표가 생겼어요. 천천히 연습을 했어요. 집에서도 하지 말라고 했고(웃음). 그러다가 강동훈 감독님이 굉장히 힘을 줬어요. 아마추어 때부터 계속 봐왔던 친구라서 내 재능을 높게 평가해주더라고요 그 때부터 용기를 갖고 시작하게 됐죠.
▲ 강동훈 감독=임재덕 선수의 형님이 굉장히 무서워요. 하지만 집까지 찾아가서 설득을 하려고 했을 정도로 분명히 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웃음).

-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를 비교해보면 어때요?
▲ 스타크래프트는 팀플전만 하다보니 개인전을 할 수 있는 손놀림이 불가능해 진 상태였어요. 그러한 측면에서 일단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새로운 손놀림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죠. 게임 내적으로 스타1과 스타2는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아요. 빌드나 운영에서 비슷하죠. 하지만 다른 점도 많아요. 스타1은 손이 빠르면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는데, 스타2는 굳이 손이 빠르지 않아도 한 번에 다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이죠. 손이 느린 선수들도 굉장히 잘할 수 있는 게임이죠. 저저전 같은 경우는 스타1의 빌드와 어느 정도 중복되는 면이 있어요. 결국 비슷하지만 다른 게임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죠.

- 저는 과거의 올드 프로게이머들이 스타크래프트2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다고 보는 편이에요.
▲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해요. 어릴 때는 손이 빠르고 잘하는데 나이가 들면 손이 느려질 수 밖에 없더라고요. 저도 많이 느려졌어요. 스타2는 인터페이스가 편해져서 손이 느려도 다 잘할 수 있어요. 하지만 머리 싸움이 중요해요. 정말 중요하죠. 그래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가 더 어려워요. 스타크래프트2는 이기고 지고 하는 게임이에요.

-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최종병기' 이영호 같은 선수는 나오기 힘들겠네요?
▲ 아직은 게임이 나온지 오래되지는 않았는데 앞으로도 절대 강자는 나오기 힘들다고 봐요. 패치도 봐야 하고 다른 것들 것 봐야 하는데 절대 강자가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2년 안에는 이영호 같은 선수가 나오기 힘든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 시즌1 때는 64강에서 탈락했는데,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만두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은데.
▲ 절대 하지 않았어요(웃음). 저는 스타2를 8월 1일에 시작했어요. (오)상택이 형에게 진 날이죠. 그러다가 대회가 있다고 해서 집에는 말도 안하고 재미를 위해서 나갔죠. 그런데 운 좋게 본선에 올랐죠. 본선에 가서 져도 1:2로만 지자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었죠. 저글링, 바퀴만 뽑을 줄 알았죠. 떨어진 것이 당연한 거죠. 하지만 내가 떨어진 뒤에 (김)원기가 우승을 하더라고요. 그게 엄청난 자극제였어요. (김)원기의 우승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웃음).

- 시즌1 우승자 김원기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 별거 없어요. 가끔 만나서 소주도 먹고 밥도 먹고 그래요. 아마추어 때부터 모든 대회를 같이 나갔어요. 서로 1, 2등을 한 적도 있고요. 아마추어 때 원기를 정말 많이 이겼어요. 그런 원기가 굉장히 많이 커있더라고요. '원기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하겠냐'라는 생각이 결정적이었죠. 만나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면서, 별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편이죠.

▶ 1억원의 주인공 임재덕, 그러나 1억이 다가 아니다.

2011년 GSL 정규시즌을 앞두고 펼쳐지는 3번의 오픈 대회. 곰TV가 이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을 때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우승 상금'이었다. 역대 e스포츠 대회 중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대회였기 때문이다. 1달 정도 펼쳐지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무려 1억원의 우승 상금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모든 이들이 꿈꿨을 '1억'이라는 상금. 하지만 임재덕에게 1억원은 단지 '거금'이 아니다. 그 동안 꾸준히 해 온 노력의 보상이었고, 앞으로 오랫동안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 1억이라는 상금이 주는 느낌은 어때요?
▲ 내가 지금까지 아마추어 때부터 여기까지 오면서, 내가 지금에서야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의 인생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죠(웃음).

- 우승 이후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 어머니나 형은 상금이나 돈에 대해서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아요. 상금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돈보다는 우승이라는 명예를 굉장히 중요시 하셨어요. 거의 90% 정도였죠. 큰 무대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 핵심이죠. 명예를 따라가다 보면 돈이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세요. 한 때 정말 '저 1억을 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돈보다는 우승에 대한 욕심이 더 커지더라고요.

- 결승전 현장에 어머니가 오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 누구보다도 좋아하셨죠. 형과 어머니가요. 어머니가 우는 것을 봤는데, 기쁘면서도 고맙기도 하고. 그 때는 너무 좋았어요. 7세트에서 GG를 받고 어머니 생각 밖에 나지 않더라고요. 어머니가 자랑스럽다고 말을 해주더라고요. 굉장히 좋았어요.

- 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 아니에요. 예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될 놈이라고 하시면서 도와줬어요. 집에서 반대를 하기는 했지만 아버지는 나를 많이 믿어주셨어요. 그 때 시작을 하게 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죠.

어머니와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임재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금세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에게 이번 우승은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 1억원의 상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뿌듯함을 가져다 준 삶의 새로운 원동력인 것이다.

- 그래도 전보다 집에서 더 많이 도와줄 것 같아요.
▲ 우승을 했으니까 형도 많이 바뀌었어요. 내 경기는 다 챙겨보시고 계세요. 연습을 하다가 2시, 3시 정도에 들어가면 핀잔을 주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일찍 들어가면 '왜 이렇게 일찍 왔냐'고 하세요(웃음). 몸에 좋은 것도 많이 주시고(웃음).

- 이번 우승을 통해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 언제까지라고는 말을 못하겠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하고 싶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아이가 학교에 갔고, 선생님이 '아버지 직업이 뭐야?'라고 물어봤을 때 당당하게 '프로게이머요!'라고 대답하는 모습 말이에요.
▲ 좋네요. 그렇게 되려면 내가 마흔까지 프로게이머를 해야 하는데…(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아이 친구들과도 게임을 하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게임을 좋아하잖아요(웃음).

- 우승 이후에 전 동료들에게 축하를 많이 받았나요?
▲ 친한 선수들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팀을 나오고 나니까 연락이 잘 안되더라고요. 내가 먼저 전화하기도 그렇고 동생들이 해주기를 바랐는데(웃음)... 그래도 우승을 하고 나니까 많은 동료들에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이지훈 감독님도 축하한다고 전화를 해주시고(웃음). (김)윤환이도 축하를 해주고. 나중에 한 번 놀러 가려고요. 맛있는 것 잔뜩 사서요(웃음).

- 스타크래프트의 강자들이 스타크래프트2를 하면 어떨 것 같아요?
▲ 굉장히 기대가 돼요. 벌써부터(웃음). 제가 먼저 자리를 잡아놓고 유명 선수들이 넘어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특히 KT의 (이)영호나 화승의 (이)제동이가 넘어오게 된다면 짜릿할 것 같기도 하고요. 스타1의 강자와 스타2의 강자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을 상상해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팬들도 재미있어할 것 같고요.

- 그래서 팬들은 이제동, 이영호가 스타크래프트2를 하면 얼마나 잘할까라는 논쟁을 하기도 하죠.
▲ 잘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스타2라서 저는 할만 할 것 같아요. 넘어오면 톱클래스 수준이라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을 달지 못할걸요. 그래도 게임의 특성상 지금의 스타1처럼 이들이 70~80%의 승률을 달성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스타2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고, 절대 강자가 나오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정말 잘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톱클래스 선수들이 정말 많아 지겠죠. 그런 그림이 될 것 같아요.

▶ 또 한 번의 우승에 도전하는 임재덕, "30대에서도 우승하고 싶어요"

임재덕은 현재 진행 형이다. 시즌2 우승을 차지한 이후에도 임재덕은 여전히 강력하다. 주춤하는 모습도 없다. 소니에릭슨 스타크래프트2 오픈 시즌3 16강에 진출하면서 두 번째 우승에 차근차근 다가서고 있다.

1달 후면 임재덕은 서른 살이 된다. 또 한 명의 30대 프로게이머가 탄생하는 것이다. 20대를 불과 2달 남겨놓고 짜릿한 '우승'을 경험한 임재덕은 어느새 '우승'에 중독되어 버렸다. "30대에서도 우승하고 싶어요"라는 각오를 밝힌 임재덕은 "어린 선수들에게 '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다 보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 시즌3에서도 우승을 하고 싶을 것 같은데, 어때요?
▲ 16강 곽한얼(프라임) 선수만 넘긴다면 결승전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곽한얼 선수가 최대의 고비에요. 테란전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스타일이 굉장히 많이 노출이 됐어요. 나는 4강에서 (김)원기와 꼭 맞붙고 싶어요. 4강에 가기 위해서 꼭 다 이길 거에요.

- 앞으로 계속 활동하면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 '나이가 많은데도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동생들의 희망이 되고 싶은 거죠.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싶어요.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 2011년 정규시즌 Code-S로 시작을 하게 되는데,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요.
▲ 내년이면 정말 서른 살이죠(웃음). 30살에 정규시즌이 시작되는데 우승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요. 이제는 정말 후회 남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싶어요. Code-S에서도 우승을 하고 싶어요. 30대에도 우승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 현재 IM 팀에 소속되어서 활동하고 있죠?
▲ 스타1 초창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스타2도 초창기니까 처음에는 아무래도 후원 같은 것이 쉽지 않겠죠. 많은 기업들에서 후원을 해주면 좋겠죠. 감독의 사비로 운영되는 팀도 많고요. 힘든 시기지만 우리 팀은 내가 우승을 해서 한 숨을 돌리게는 됐죠(웃음). 우리 팀원들이 모두 열심히 하고, 다른 팀들도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다면 스타크래프트처럼 활발한 후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해요. IM팀 파이팅. 모든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임단 파이팅!

- e스포츠 팬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선수들이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가끔 커뮤니티를 보면 스타1, 스타2로 편을 나눠서 팬들이 싸우기도 하더라고요. 솔직히 조금 안타까워요. 스타1이든 스타2든 모두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