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Coach Won of STARTALE

폭스 팀에서 수석 코치 직을 역임했던 원종욱 감독이 스타크래프트2로 e스포츠 계에 복귀했다.

지난 2008년 돌연 폭스 팀을 떠난 원 감독은 1년 8개월여 간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 스타크래프트2 공식 서비스가 시작되며 다시 e스포츠 인으로 돌아왔다. 원 감독은 김성제, 박성준, 신정민 유명 선수들과 STARTALE이라는 스타크래프트2 게임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스타2로 e스포츠 계에 돌아온 원 감독은 “한때 e스포츠를 잊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잘 안되더라”며 “아무래도 나는 e스포츠에 미친 것 같다”고 복귀한 소감을 밝혔다.

- e스포츠 계를 떠난 뒤 2년여 만에 다시 돌아왔다.
▲ 1년 9개월 정도 떠나 있었다. 처음 복귀하고 나서는 어색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시간이 흐르니까 다시 내 집같이 편하다. 기분 좋다. 다시 스타2로 e스포츠를 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 폭스 창단 이후 팀을 떠났는데
▲ 그런 결정을 내릴 때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이유는 지금 와서 다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시 돌아와서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이다. 2003년부터 계속 일을 했는데 오랫동안 했던 일을 내려놓고 떠난 다는 게 쉽지 않아서 방황을 좀 했다. 마음 잡으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자꾸 e스포츠 생각이 나서 이쪽 관계자들과 연락을 하면 안될 것 같다는 판단에 전화번호도 바꾸고 다른 세상에서 살았다.

- e스포츠를 잠시 떠나 있을 때 어떻게 지냈나
▲ 이런 저런 일을 참 많이 했다. 광고회사도 다니고 영업도 해봤다. 세상 경험 정말 많이 했다. 정말 세상이 무섭더라. 대학교 입학해서 한 학기만 마치고 군대를 갔다. 이후 병장 제대하지 않고 보직 변경해 5년간 군생활을 했다. 2002년에 제대하고 2003년에 sg패밀리에 합류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생활이라고는 군대와 e스포츠가 전부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 이것저것 다른 일을 하려니 힘들더라. 적응도 쉽지 않았다(웃음).

- 다시 복귀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스타1 때는 내가 스태프의 일부라서 내가 이끌어갈 수 있는 방향대로 팀을 만들 수 없었는데 스타2는 내가 뜻 하는 대로 팀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타2에 대한 비전이 보였다. 분명히 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한번 더 뛰어들어서 노력한다면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던 삶이 너무 좋았다.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선수들과 부대끼면서 생활하던 시절이 너무 그리웠다. e스포츠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몇 년 동안 쌓아 놓은 인맥과 경험을 모두 버리고 다른 일을 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 스타2 복귀를 결심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 선수를 끌어 모았다. 가장 먼저 (김)성제, (박)성준이와 얘기를 했다. 얘기가 잘 돼서 성제와 성준이, (박)웅진이, (나)도현이 등 많은 선수들과 팀을 꾸리게 됐다. 그러고 나니 숙소가 문제더라. 모여서 연습을 하기 위해 숙소를 구했는데 선수가 늘어나서 내가 구한 아파트가 너무 작았다. 결국 시내에서 더 벗어난 곳이지만 이렇게 큰 집을 얻게 됐다.

- 다시 복귀하고 나니 기분이 어떤가
▲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혼자 있을 때는 정말 외로웠는데 옆에 선수들이 많이 있으니까 적적하지도 않고 좋다(웃음). 가장 좋은 것은 서로 힘들 때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바로 옆에서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연구하고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 같다. 그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 합숙을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출퇴근을 할까 생각했는데 선수들만 놔두기 불안해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냥 지금은 선수들과 같이 있고 싶다.

- 팀원들이 모두 남자뿐이다.
▲ 여성 팀원도 받고 싶다. 합숙은 힘들겠지만 실력만 받쳐준다면 출퇴근도 가능하지 않겠나. 스타1의 서지수처럼 스타2에서도 잘하는 여자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재능 있는 여성 선수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실력이 같다면 같은 기회를 얻어야 한다.

- 김성제와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는데
▲ 김성제 선수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이 있다. 지금은 기업 후원 없이 힘들게 팀을 꾸려가는 상황에서 성제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주는 것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성제를 특별히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너무 잘해줘서 인간적으로 너무 고맙다. 앞으로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팀 이름을 STARTALE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 고민을 많이 했다. 팀 이름을 정하기 위해 여러 이름들을 찾아봤는데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나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먼저 ‘STAR’는 스타크래프트2의 ‘스타’에서 따왔다. 또 유명인을 뜻하는 ‘스타’의 뜻도 가지고 있다. 뒤에 붙는 ‘TALE’은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게임의 ‘스타이야기’ 혹은 유명인을 의미하는 ‘스타이야기’의 중의적인 뜻을 띄게 됐다. 이름이 너무 멋있다는 생각에 나 혼자 정한 뒤 선수들에게 통보했다(웃음).

- 선수들을 영입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
▲ 가장 공을 들인 선수는 (김)성제와 (박)성준이, (신)정민이다. 처음에 결정을 해준 선수들이고 나름 네임 밸류도 있고 실력도 있는 선수들인데 나란 사람을 믿고 흔쾌히 함께 하자고 결정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 선수들이 아니었다면 팀 구성이 힘들었을 것 같다.

- 김성제와는 같은 팀으로 활동한 적이 없는데도 친하게 지내고 있었나
▲ 강민, 김원기, 김성제 이런 선수들은 우리 팀이 아니었지만 예전부터 친했다. 쉬는 날 같이 술도 한잔하는 사이였다. 지금도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 힘으로 성제와도 이렇게 같이 스타2 게임단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 감독으로서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 쓰고 있나
▲ 선수들이 생활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풍족하게는 못해준다. 그래서 항상 아쉽고 미안하다. 빚을 내서라도 부족하지 않게 챙겨주고 싶다. 그 외에 선수들간 팀워크도 높이기 이해 노력한다. 신정민과 김성제, 박성준 선수가 고참으로 선수들을 이끌면서 코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내가 팀을 비우는 시간이 많은데 선수들이 많이 노력해준다. 연습 부분에서도 동기 부여를 위해 노력한다.

- 후원사를 찾는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 나도 나름 노력하고 있어서 논의 중인 기업이 몇 군데 있다. 올해 안에는 기업의 규모에 상관 없이 후원사를 잡아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 그래서 선수들이 풍족하고 좋은 환경에서 게임에만 열중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잘 될 거라고 믿는다.

- STARTALE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나
▲ 개인적으로 강압적이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억지로 등 떠미는 연습이 싫다. 그래서 기본적인 틀은 있겠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자유롭고 선수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연습 환경을 꿈꾼다. 선수들이 즐길 수 있을 때 더 좋은 경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시키는 연습은 경기 연습이 아니라 그냥 자판 연습일 뿐이다. 그런 게임 100게임을 하는 것보다 정말 열심히 하는 10게임이 더 낫다.

- 스타크래프트2의 e스포츠 성공 가능성을 점쳐본다면
▲ 당연히 성공할 거라고 믿는다. 스타크래프트2는 e스포츠로 성공할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지금은 걸어 다니면서 인터넷을 하는 시대인데 언제까지 10년 전 게임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인기는 전작을 통해 이미 확인된 만큼 스타크래프트2 역시 충분히 성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저 층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제 출시한 지 얼마 안된 게임의 성장 속도가 이 정도라면 이미 성공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다.

- 본인이 꿈꾸는 감독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 다른 큰 욕심은 없다. 그냥 내 식대로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 나는 감독이 되고 싶다.

- 힘든 상황에서 이렇게 게임단을 운영하는 이유가 뭔가
▲ 미쳤나 보다(웃음). e스포츠에 미친 것 같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바로 이런 것이 e스포츠의 매력인 것 같다.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나 말고도 다른 스타2 게임단도 사비로 운영하고 있는 감독이 몇몇 있다. 다들 마약과 같은 중독에 빠져 있다. 같이 해본 사람은 선수들이 승리로 얻는 전율과 희열을 알고 있다. 거기에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무모하다고 말하는 일들을 서슴없이 진행을 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게임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e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희열이다.

- 스타2 게임단 후원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스타크래프트2에 관심 있는 기업 관계자 분들께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제안서를 한번 받아보셔야 한다. e스포츠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 다 들어 있다. 지금 스타1 게임단을 운영하는 기업은 모두 굴지의 대기업이다. 그만큼 e스포츠는 광고 효과뿐만 아니라 이미지 제고와 이익 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마케팅 적인 요소로 봐 주시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시면 좋겠다. 예전에 STX 신입 사원을 뽑을 때 많은 수가 게임단 창단 이후 기업을 알게 됐다는 설문을 본 적이 있다. 폭스 역시 창단 전에는 유명한 개발사가 아니었는데 창단 이후 인지도를 많이 높였다. 이 정도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가 있는 스포츠니까 투자 해볼만한 가치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제안서를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불러만 주신다면 내가 제안서를 들고 직접 찾아가겠다(웃음).

- 끝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 급작스럽게 떠났지만 다시 이렇게 돌아왔다. 우리 팀 정말 열심히 할 테니 앞으로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우리 선수들 많이 사랑해 주시고 관심도 부탁 드린다.